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국제교류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2월 8일부터
19일까지 10박 12일간 예술교류봉사단 15명을 인도 뉴델리로 파견했다.
예술교류봉사단은 네루대학교 한국어학과 재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연극,
한국 및 인도 음악 합창 공연을 가졌고,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놀이 프로그램과 인형극 공연을 진행했다.
교류-학습-봉사로 연결된 해외예술봉사 프로젝트는 교류를 바탕으로 현지의
전혀 다른 환경을 체험하며 배우는 학습을 통해 예술가로서 가진 재능을
적용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봉사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2010년 인도를 시작으로, 몽골(2010),
말라위(2011), 네팔(2012), 카자흐스탄(2012), 캄보디아(2013),
방글라데시(2013), 에티오피아(2013)까지 총 여덟 팀을 파견했다. 2013년
에티오피아의 경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가 연합하여 국내
최초로 과학기술과 예술 영역이 융합된 대규모 해외봉사단을 파견하였다.
“우리가 개교 이래 지금껏 주력해온, 예술적 기량을 연마하는데 필요한
교과목들을 집중 편성함으로써 자기 분야의 능숙함을 키워나가는 교육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지 않았냐는 자평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국내뿐
아니라 국외로까지 자랑스러운 학교로 내세울 만큼 충분히 자라났다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가에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깥에
나가서 자신들의 관객과 청중을 만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에
관한 교육을 우리가 지금껏 과연 충분하게 해왔는가를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문적 기량을 키우는 교육 이외에, 사회와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펼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기획처장 주성혜 교수, 예술봉사 프로젝트 관련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제176호, 2010. 11.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결코 이상을 좇는 헛된 것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로서 이 세상에 어느 무엇보다 꼭 필요한 일이고
보람된 일임을 느낀다.”
음악원 서승원, 예술교류봉사 후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백서, 2012
“카자흐스탄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와 주었던 아이들의
손길이 제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면서 그
아이들의 눈빛에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했던 것 같습니다. 또 전 세계가 국경선으로 나누어진 것일 뿐,
우리는 모두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언어가 통하지 않고 종교가 달라도, 나의
행동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삶이 나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연극원 권주리, 카자흐스탄 예술교류봉사 후기,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제177호, 2010. 11.
“마지막 프로그램을 마치고 아씨엠이라는 아이의 집에 초대받게 되었다.
통역 없이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아씨엠이 뭔가를
말하고 싶어 했고, 아씨엠은 구글 번역기를 생각해냈다. 한참을 고민하다
아씨엠이 우리에게 물었던 것은 ‘당신들도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나요?’였다. 그것을 본 우리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고, 뭔지 모를
먹먹함과 감동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기분으로 마음이 울렁댔다. 사실,
봉사가 무엇인지, 예술로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한 우리들에게 아씨엠의 질문은 모든 생각을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저 ‘너와 내가 만났다'는 것으로 충분했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연극원 신윤아, 카자흐스탄 예술교류봉사 후기, 매거진 K-Arts,
Vol.3, 2012. 10.
“매 수업마다 매번 다른 아이들을 만났는데 이러한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정서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까? 그저 이 수업들은 두 시간짜리 이벤트일
뿐인 걸까? 우리가 내린 답은 후자였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냥
일상으로 돌아갈 뿐, 수업 후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어떤 남자아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동물가면을 쓰고 우리와 놀자며 다가왔다. 그 아이는 동물가면 만들기
수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자기의 작업 노트 표지를 잘라
가면을 만들어 쓰고 온 것이다. 우리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모든 게 끝난
후에도 서로 배운 놀이들을 공유한 것이다. 그 순간은 아직도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미술원 서이을, 캄보디아 예술교류봉사 후기, 매거진 K-Arts, Vol.5,
2013. 4.
“교육 봉사 사흘째 포스텍의 한 학생이 하루 종일 야외체육 수업을
진행하다가 일사병으로 기절한 사건이 발생했다. 갓 스무살로 봉사단의
막내였던 친구는 한바탕의 소란 끝에 회복하고 나서 “심해 깊은 곳에서
쓰러진 것도 아니고, 기절해도 옆에는 여러분이 있으니 또 쓰러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 특히나 골방작업에
익숙했던 나를 비롯한 몇몇 한예종 학생들에게 이러한 단체생활방식은
아주 신선했지만 적응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믿음이나 신뢰가 주는 광채는 대단했다.”
연극원 차이재, 한국예술종합학교-포항공과대학교 연합봉사단
에티오피아 예술교류봉사 후기, 매거진 K-Arts, Vol.9, 201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