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는 서초동캠퍼스 4층에 위치한 공연장인 크누아홀을
‘이강숙홀’로 명칭 변경하여 재개관식을 개최했다. 이강숙홀 재개관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부터 학교 기반 마련에 큰 공을 세운 고(故) 이강숙
초대 총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 때문에
학교 태동의 근거지인 서초동캠퍼스의 크누아홀을 이강숙홀로 명명하게
되었다.
2020년 12월에 별세한 이강숙 초대 총장은 음악학자이자 소설가,
피아니스트이다. 1961년 피아노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휴스턴대학교에서 음악문헌학 석사, 미시간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
박사를 취득한 뒤 1975년부터 1977년까지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1977년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부임한 후에는
‘한국음악과’와 ‘음악의 모국어 찾기’를 일관되게 주장했고 1981년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처음으로 음악이론 전공을 개설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는 KBS교향악단의 초대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정기연주회마다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여 ‘음악의 모국어 찾기’를
실천하고자 했다. 이강숙 초대 총장은 음악학자로서 『열린음악의
세계』(1980), 『음악의 방법』(1982), 『음악의 이해』(1985), 『음악적
모국어를 위하여』(1985), 『한국음악학』(1990)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고,
1988년에는 계간지 『낭만음악』을 창간하여 음악학 이론 정립에 기여했다.
“허허벌판이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직제도 없었고, 예산도 없었다.
교수도 없었고, 학생도 없었다. 물론 교사도 없었다. 있는 것은 넘어야
할 벽들 뿐이었다. 안과 밖 모두에서 그 벽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하나의 원이 새롭게 세워질 때마다 <왜 세워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제공하느라고 있는 힘을 다했다. (...) 설치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왜 세우려고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끊임없는 논리 개발과 교직원들의 헌신적
노력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믿었다. (...) 다행히 문화부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의지 그리고 알게 모르게 숨어서 도와준 여러 분들이 있었기에
부족한대로 그나마 오늘의 학교 모습이 생기게 되었다. 93년 음악원 개원
후 우여곡절 끝에 설치령에 명시되어 있는 6개원을 완성시킴으로 해서
학교의 외형을 일단 갖추게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만이 남는다.”
발간사, 한국예술종합학교 6개원 설립사, 2000
“여기 와서 사회제도 변혁, 산소호흡기를 만들라고 했죠. 예술학교가
예술가들에게 산소호흡기가 되도록 하자. 그래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고. 나는 학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여건을 만드는 게
학문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어요. 교육학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가 그렇게 되도록 역할을 해야 해요.”
이강숙 초대 총장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백서,
2012
이강숙 초대 총장은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92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교장으로 부임하여 2002년까지 2대, 3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만 10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이끌며 개교 초기 학교의
기반을 다지고 6개원 체제를 완비했다. 그는 2002년에 대한민국 예술교육
발전 공로를 인정 받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강숙 초대
총장은 2019년 3월 평생에 걸쳐 연구한 음악자료, 도서, 그리고 아내
문희자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을 포함한 다수의 미술품 일체를 학교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재단에 기증하였다. 이강숙 초대
총장의 작고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기록관은 이강숙 초대 총장의 개인
기록을 포함한 기록물 일체를 기증 받았다.
“내가 원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라는 큰 나무에 모였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 모든 예술가들이 그 그늘 밑에 쉬면서 이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배우려고 벤치마킹 하도록. 여기만 왔다가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다. 인간이 사는 이유가 뭐다. 예술하는 이유가 뭐다' 하는 걸
진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진실로 생명을 거는 이유가 뭔지 아는 사람.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득실거리는 학교, 외국 사람들이 잔뜩 와서
자기 작업을 하는 그런 분위기가 되는 학교를 원하고 그런 학교가 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발간사, 한국예술종합학교 6개원 설립사, 2000
“인간이 진정으로 잘 산다는 것은 종교, 예술, 철학, 정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지요. 정치가 잘 돼야 잘 살고,
또 잘 먹죠. 그리고 문화가 중요합니다. 진정한 예술을 보고 감동되는
순간 나는 인생을 걸어요. 항상. 인간은 끝까지 감각이 예민해야 돼요.
어떤 대상을 보고 감동받을 수 있는 감각, 그게 예술가지 아니면 예술가
아니지. 그런 식으로 사는 인간이 득실거리는 우리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될거라고 생각하고.”
이강숙 초대 총장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백서,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