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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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5.
이어령예술극장 재개관
2022. 10. 25.

이어령예술극장 재개관

이어령 캠퍼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석관동캠퍼스의 공연장이자 학교의 상징적인 공간인 ‘예술극장’의 명칭을 ‘이어령예술극장’으로 변경하는 현판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어령예술극장 재개관은 학교 설립의 근간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1992. 10. 30.)을 제정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공헌과 대한민국 예술영재 양성의 뜻을 기리기 위해 추진되었다. 현판 제막식에는 유족 대표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을 비롯 김대진 총장, 처·국장단, 6개원 원장 등 학교 보직교수들과 직원, 학생 등이 참석했다. 김대진 총장은 이어령예술극장 재개관의 의미에 대해 “선각자로서 창의적 예술가 양성을 위한 한국 예술교육의 기틀을 다지고, 한국에서 세계로 예술을 발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신 이어령 선생님의 정신을 잇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2년 2월에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그는 재임 중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 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을 통해 국내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생전 문학평론가·언론인·작가·교수 등으로 활약한 그는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말년까지도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 있듯,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기반에는 이어령 장관의 각별한 노력이 존재한다. 1991년 12월 30일 열린 당해 마지막 국무회의에 이르기까지 계류 중이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어령 장관은 회의에 참여했던 각 부처 장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예술학교 설립 목적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고, 회의 종료와 함께 반대 의사 없는 극적 타결을 이루어냈다. 그는 예술적 재능 발현에 있어서 골든타임이 있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전문화된 교육기관 설립에 매진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예술교육이 예술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닌 예술 분과의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육의 성격이 강한 데에서 비롯되는 시스템의 한계와 부재,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재능이 사장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비전을 정립했다.

“예술영재들은 대부분 프랑스,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어. 그러면 유학을 못 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요? 유학을 가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자, 더 나아가 거꾸로 외국의 예술영재들이 한국으로 유학 오게 하는 예술학교를 만들자는 게 한예종 설립의 취지였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인터뷰, 주간조선, 2016. 9. 9.
“당시 나는 문화부에 들어가서 새천년 준비위원장을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밀레니엄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나는 1988년부터 그 생각을 했지요. 새천년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 <문화 10개년 계획>입니다. 그 안에 예술전문학교를 세워야겠다. 그것은 2년제나 특수학교가 아니라 소위 예술 석사, 박사학위까지 줄 수 있는 전문 콘서바토리를 제대로 세워야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인터뷰, 주간조선, 2016. 9. 9.
“예술학교를 구상할 때 나는 학교도 너무 요란하게 짓지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어디에서 배우든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장하는 시스템이 중요하고, 전체 틀만 주고 아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술하는 사람이 음악도 배우고. 그래서 ‘종합’이라는 말을 쓴거에요. 차이코프스키 비창을 틀어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이 서로 오고 갈 때 다양한 뿌리 속에서 더 나은 예술이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죠. 예술이 하나의 전문 획일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백서, 2012

개교 30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이어령 장관과 김대진 총장의 대담은 이어령 장관의 별세 한 달 전에 이루어졌다. 이 대담에서 이어령 장관과 김대진 총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비화를 비롯하여 예술과 기술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어령 장관은 예술이 퍼뜨리는 생명력에 대한 믿음과 함께 30년 동안 성장해온 학교의 예술가들이 “이 사회의 산소호흡기”라는 말을 남겼다.

“음악이고 미술이고 전부 캠퍼스는 한데 있어야 하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모든 분야의 학생들이 합작해야 해요. 이렇게 칸막이를 없애고 넘나들어야지. 경계를 없애고 예술의 작은 왕국을 하나 만드는 거예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김대진 총장 대담, 매거진 K-Arts, Vol.41, 2022
“베토벤 이전의 피아노를 보면 대퇴부로 페달을 밀게 돼 있었죠. 근데 귀찮아서 잘 안썼다고. 베토벤의 음악을 보면 후대로 갈수록 곳곳에서 페달을 써요. 기술이 발전하고 있었던 거지! 당대의 모든 기술을 사용하고 통합하는 것, 그게 내가 꿈꾸던 예술학교의 모습이에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김대진 총장 대담, 매거진 K-Arts, Vol.41, 2022
이어령예술극장 전경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 2022.10.25.,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행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모습, 2012. 10. 30.,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지털 예술정보 서비스(DAIS). (좌측부터)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종원 총장, 이강숙 초대 총장
개교 20주년 행사 기념촬영, 2012. 10. 30.,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지털 예술정보 서비스(DAIS). (좌측부터) 박종원 총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강숙 초대 총장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김대진 총장, 2022. 1. 18.,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지털 예술정보 서비스(D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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